매사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혹은 “성격이 유난한 걸까?”라는 자책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걱정은 성격의 문제가 아닌, 학습된 인지 패턴과 뇌의 반응 시스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기 암시, 감정코칭, 통제감 회복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걱정이 습관화된 이들이 일상에서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과도한 걱정은 뇌의 생존 본능, 하지만 그 회로는 바꿀 수 있다
“그 말투가 이상했는데, 내가 실수했나?”, “혹시 내일 약속 잊은 건 아닐까?”, “이번 일도 잘못되면 어떡하지…” 이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걱정의 고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단순한 ‘소심함’을 넘어서, 뇌의 생존 시스템이 ‘과잉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뇌는 원래 위험을 회피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걱정은 이 생존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즉, 위험이 생기기 전에 대비하라는 경고입니다. 문제는, 이 경고 시스템이 ‘실제 위험’이 아닌 ‘가상의 상황’에도 똑같이 반응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발표 전날, 실수하는 상상을 반복하거나, 문자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상대의 감정을 예단하는 경우 등은 실제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는 위급 상황으로 인식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러한 반복이 일상화되면 신체는 늘 긴장 상태에 놓이고, 면역력 저하나 소화 장애,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한 연구(Stanford, 2019)에 따르면, 반복적이고 비현실적인 걱정을 자주 하는 사람은 뇌의 편도체(amygdal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으며, 사고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은 감소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곧 걱정이 계속될수록 이성적 판단 능력은 낮아지고, 감정에 끌려다니는 구조가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사실은, 이 사고 회로 또한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자동사고 패턴을 감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불안과 걱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회복시킵니다. 결국 걱정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습관’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회복의 시작입니다.
자기 암시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기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암시를 단순한 ‘긍정 확언’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자기 암시는 단순히 기분 좋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 회로가 작동할 때 이를 우회하거나 재프로그래밍하는 언어적 훈련**입니다. 뇌는 언어를 들을 때, 그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실패할 수도 있어’라는 문장은 뇌에 즉각적 긴장감을 유발하고, ‘준비했으니 최선을 다하면 돼’라는 문장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반복적으로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 결국 내 사고방식과 정서적 반응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예시: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최민석(34세) 씨는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한 후 늘 “내 아이디어가 너무 평범했나?”, “메일 답장이 늦는 건 거절의 신호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상담사와 함께 자기 암시 훈련을 시작한 후, 그는 메일을 보낸 후 “나는 내가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통제할 수 없다.”는 문장을 반복했습니다. 3개월간의 훈련 끝에 그는 결과에 덜 흔들리고,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천 팁: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기 암시 3 문장 써보기
-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내 감정에 공감하는 문장으로 치환
- 잠들기 전, 하루 중 나를 지지해 준 자기 대화 1 문장 복기
자기 암시는 ‘걱정하지 마’가 아니라, ‘걱정해도 괜찮다. 하지만 나는 중심을 지킬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감정코칭과 통제감 회복
감정코칭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감정을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기술입니다. 감정과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훈련이죠. 사례: 수능을 앞두고 매일 불안에 시달리던 고3 수험생 김나영 양은, 학원에서 받은 감정코칭 훈련 중 ‘불안일기 쓰기’를 통해 자기감정을 명확하게 언어화했습니다. “불안이 몰려온다”가 아니라 “지금 시험이라는 상황이 내 통제 밖에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낀다”로 문장을 바꾸면서, 감정과 그 원인을 분리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 훈련을 통해 그녀는 시험 당일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불안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통제감 회복의 핵심:
-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vs 없는 것 구분 예: 말실수 → 이미 말한 건 바꿀 수 없음. 다만 이후 사과나 설명은 가능.
- ‘만약~이면 어쩌지?’ 질문 멈추기 →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로 전환
- 작은 행동 루틴 확보 불안을 느낄 때 산책, 손 씻기, 짧은 글쓰기 등으로 신체 리셋
감정코칭과 통제감 회복은 마음속 ‘긴급상황 버튼’을 느리게 누르는 방법입니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 그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연습이 멘탈 회복의 핵심입니다.
결론
우리 모두는 걱정합니다. 단지 그 걱정의 양과 주기, 반응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매사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은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민하고, 변화에 민감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그 예민함은 잘만 다루면 최고의 생존 도구이자 창의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자기 암시는 내면의 언어를 훈련하는 것이며, 감정코칭은 정서적 체력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통제감 회복은 외부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나의 선택을 찾는 힘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당신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느끼는 걱정도 내가 가진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나를 지킬 수 있어요” 이 말을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에게 조용히 들려주세요,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닐지 몰라도, 더 이상 그 걱정에 휘둘리지 않는 나를 만나게 될 거예요. 바로 그때가, 진짜 회복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